Tuesday, March 9, 2010

꽃샘추위


“많이도 온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해서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 때늦은 함박눈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내리는 눈 풍경사진을 곁들여 기사를 실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미국 땅에도 금년에는 지역에 따라 비도 많이오고 눈도 많이 내렸습니다.
경칩이지나 추위가 끝나나 싶을 때면 영락없이 소위 꽃샘 추위가 한두번 찾아 옵니다. 한겨울 추위 같으면 미리 맘먹고 대비해서 두꺼운 옷도 미리 입어 보지만 이제 추위는 그만 이다 싶고 한낮의 햇살이 때로는 이마의 땀마저 맺히게 하는 때에 갑자기 찾아 온 추위에는 맥을 못추게 되는 법이지요.
이때의 추위는 그냥 추운게 아니라 때늦은 비를 동반하거나 시속 30-40마일의 강풍과 함께 하는 추위라서 정말 뼈 속까지 추위를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이 때늦은 꽃샘 추위를 보면서 이 추위가 가진 의미를 생각해 볼 때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섬기는 교회에는 큰 나무가 몇그루 있는데 그 가운데 전나무 비슷한 소나무와 속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진 너도 밤나무가 있습니다. 전나무는 사철 푸른나무라고는 하지만 겨우내 여기 저기 나이들거나 병든 잎을 붙이고 있었고, 너도 밤나무는 지난해 늦은 11월 까지 달려 있던 단풍든 잎을 다 떨구고 겨우내 속빈 밤송이 같은 열매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시커멓게 변색된 그 잘난(!) 열매는 우수와 경칩이 지난 지금 까지도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꽃샘 추위로 찬 비를 맞고, 시속 30-40마일을 강풍을 맞고 나면 사정이 달라지게 됩니다. 끈질기게 붙어 있던 전나무의 고엽도, 너도 밤나무의 열매도 더 이상 가지에 붙어 있을 재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새 생명을 보게 됩니다. 차가운 비를 맞고, 강한 바람에 뒤흔들린 나무는 이제 졸린 눈을 비비고 땅으로부터 힘차게 물을 빨아 올리고 새생명의 잎을 밀어내어 또 한해를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늦은 꽃샘추위에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이제는!” 해보지만 아직도 고난과 고통이 남아 있는 것을 느끼며 삽니다. 그러나 그 고난과 고통에도 다 뜻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마음가운데 남아 있는 더 내려놓아야 할 것들, 떼어 버려야 할 것들을 떼어 버리게 하시려는, 그래서 새로운 축복으로 덧입히시려는 하나님의 깊는 뜻이 있으신 줄 압니다.
말처럼 쉽지않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마지막 남은 견딜 수 없는 그 고난과 환란을 오히려 감사해 보십시다. 그 뒤에는 새생명의 축복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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