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인의 힘이 어린 양에 미치지 못하거든 산비둘기 둘이나 집비둘기 새끼 둘을 가져다가 하나는 번제물로 하나는 속죄 제물로 삼을 것이요…(레12:8)
이처럼 비둘기는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줄 수 있는 희생제물감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굳이 성경을 말하지 않아도 바둘기는 역사적으로 쓸모가 많았습니다. 어린 비둘기의 고기는 인기가 있어서 기원전 3천년 전부터 애용되어 왔고, 배설물은 비료와 화약의 원료로 요긴하게 쓰여 유럽에서는 정부에서 주기적으로 수거해 가기도 했습니다. 건물에 원통형 비둘기 집을 설치하는 것은 유럽 상류층의 상징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강한 귀소 본능으로 전쟁시에는 전령 비둘기들이 이름과 군번까지 부여 받아 맹활약을 해서 2차 대전 때만해도 미군 비둘기 부대에 5만 4천마리의 비둘기가 150명의 군인과 함께 복무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비둘기가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비둘기가 유해 조류로 지정이 되고 정부가 직접나서서 서식을 억제하고 관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조치는 이미 구미각국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조치이기도 합니다. 실로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에 놀랍게 적응한 결과입니다.
닭둘기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도시에 서식하면서 스레기통이나 공원 등에서 먹이를 마구 먹어 닭처럼 피둥 피둥하고 잘 날지도 못하는 비둘기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닭둘기는 이둘기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비둘기에 이나 진드기 등 기생충이 많이 붙어 서식하고 있음을 빗댄 말입니다. 한 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비둘기에 대한 신조어가 말해 주는 것처럼 세계 각국에서 오늘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조류가 되어 천더구러기가 된 것입니다.
사회 조직에서도 까딱하면 사람들도 닭둘기, 이둘기처럼 천덕구러기가 됩니다. 예로부터 사람, 곧 인재를 세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첫번째 인재 (人災) 는 있으면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이고, 두번째 인재(人在 )는 있나 마나한 사람이며, 세번째 인재(人才) 가 바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세번째 인재, 곧 사회가 필요로 하고 인정하는 그런 사람이었더라도 사는 동안에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가운데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고착화되어 매너리즘에 빠져 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닭둘기 같은 존재가 되어 천덕구러기가 됩니다.
나이먹어 뒷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삶의 이치라해도 그냥 저냥 살다가 닭둘기 신세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날마다 새로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알아 들으려고 ,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조금이나마 닭둘기 같은 신세로 내몰리는 시간을 연장해야 합니다. 이것은 구차스럽게 생명을 연장하려는 삶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명퇴를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내 나이가 얼마이건 그냥 늙어버려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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